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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Certificates - CFA 등

2018 12월 CFA level 1 시험 합격 후기


지난 12월 시험을 치르고, 공부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기에 결과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연말연초를 정신없이 보내니 60일이라는 시간은 빨리 지나가버렸다. 


결과 발표일이었던 어제, 야근하고 운동하고 집에 들어가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 11시가 되었다. 

침대에 누워 태블릿으로 메일 알림을 보고 클릭하기 까지 참 긴장되던 순간이었다. 


결과는 다행히 "PASSED". 상당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래도 힘들었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가장 먼저 떠오른 날은 회식으로 양주마시다 탬버린 치다 다시 회사로 복귀해서 공부한 날이랄까.


무튼 정말 새로운 도전이었던 CFA 공부를 하며 부족했던 점이 많아 이를 복기하고, 2차 준비를 잘하자는 차원에서 후기를 남겨본다. 



0.  CFA 시험을 등록하게 된 계기


자연과학과 공학을 공부한 이과생인 나는 회사에서 신규사업 검토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전공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동기들과 달리, 사업팀에 배치되어 근 4년간 일을 하다 보니 전공분야 외에도 "사업"에 관해 평가하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검토해야하는 일이 많았다. 또한 상대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는 등 재무제표 까지는 아니지만 특정 지표(EBITDA 등)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등의 기본적인 소양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향후 커리어를 전공에 국한되지 않게 가져가고 싶어서, 회사에서도 사업의 경제성 평가 부분을 맡고 싶다고 피력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제대로 한 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사람들과 애기를 나눈 후 이 CFA 시험을 추천받게 되었다. 



1. 시험 준비 과정 


처음 도전하다 보니, 어떻게 공부 계획을 잡아야하는지, 몇 회독을 돌려야하는 지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었다. 

또한 가을에는 마라톤 대회 및 여행 등 너무 많이 놀러다니다보니 공부를 거의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는 초반에 공부를 거의 안해서 각 과목들이 얼마나 어려운 지 전혀 감을 못잡고 시험을 얕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 Time line

- 7월 말: 시험 및 인강(E사) 등록 

- 8~10월 중순: 아름다운 인생. (잠시 CFA를 잊었다, 총 합쳐서 인강 한 20강 정도밖에 못 들었을 상황, FRA 위주)

- 10월 중순~11월: 벼락치기 

  . 문득 달력을 보니 시험까지는 한달 반 정도가 남았는데, 시작도 하지 못한 과목이 대다수. 특히 Fixed Income강의를 처음 들었을 땐, 아 나는 이제 떨어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전공자에 base가 없는데도 왜 공부를 안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 그래도 할 때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마지막 이 시기는 빡세게 달려보기로 결심을 해서, 정말이지 [회사-도서관-집]에 국한되는 생활을 하였다.

  . 일단 인강을 완강하자는 목표 하에 인강을 달렸고, 마지막 2주를 복습으로 빼놓았으나 결국 2개 과목(Economics, AI)는 거의 듣지도 못했다. 

  . 그리고 시험 2주 전 잡힌 1주일간의 출장은.. 나를 포기 직전까지 몰아갔으나, 주변에서 멘탈을 많이 잡아줘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 결국 위의 2과목 외 8과목은 인강만 1회씩 돌리고, 요약노트만 만들고 문제는 거의 풀어보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2) 강의 및 공부 후기 

 A. 인터넷 강의 수강 

 - 강의는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듣는 E사를 선택. 일부 과목(E..)을 제외하고는 강사님들의 강의력이 상당하고 내용이 좋다는 인상을 받음.

 -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어플을 이용해서 강의를 수강하게 되는 경우 어플이 자꾸 튕긴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에는 약간 특정 시간대 (저녁 10시~12시) 정도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1)로그인 자체가 안되거나 2)로그인이 되더라도 강의실로 넘어가지 않게 된다. 직장인의 경우 공부 할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 거의 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강의 수강이 불가하게 되면 분노가... 치밀어오르게 된다. 웃긴 건 어플이 먹통이 되는 경우 랩탑을 통한 웹수강도 먹통이 된다는 점이다. 도서관에서 어플 안돼서 분노해서 집에 왔는데 랩탑도 안됐을 때의 어이없음이란.. 그래서 일단 어플 평가에 피드백을 남기긴 했는데, 오래 전부터 비슷한 에러가 있었던 것을 보자면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다. 

-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운로드' 기능을 활용하면 되기는 하는데, 여기서도 또 웃긴게 다운로드를 해도 인터넷이 연결된 환경에서만 수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 나름 대규모 학습업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utility가 불안하다니, 참 아쉬울 따름이라고 할 수 있다. 


 B. 자습

 - 인강으로 공부를 할 경우의 단점은 강의만 수강하고 복습을 게을리하게 된다는 점인데, 처음에는 복습을 조금이라도 하다가 한달을 남기고서는 인강 완강도 어려워 복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 강의 중 따로 필기나 handout에 정리를 하고 읽고, 시험을 한 이틀 정도 남기고 주요 내용들을 cheat sheet 처럼 만들어서 정리했다. 

 - Lv 1의 경우 슈웨이저 노트로 충분하다는 글을 많이 봐서, 따로 커리큘럼북을 공부하지 않았다. 물론 슈웨이저도 따로 1독 하지는 못했지만...


C. 결론
 - Lv. 1 때의 학습계획과 실행상황을 보면, 사실 처음에는 내가 주중/주말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확보 가능한 지, 그 때 얼마만큼의 공부가 가능한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 주중에는 퇴근 후 약 3~4시간, 주말에는 각 8시간 정도를 뺄 수 있는 것 같다. 
 - 이를 고려해 Lv. 2 학습계획을 적절하게 세워야할 것이다. 

2. 시험 후기 

1) 시험 환경

 - 처음에는 시험 신청자 전원이 한 Hall에서 시험을 본다는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막상 들어가보니 섹터별로 각기 나눠져 있었고, 친구의 말에 따르면 해리포터 식당 같은 분위기처럼 주욱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재밌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 당일 날 도착 후, 강의실 내에는 개인 짐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로비 등에서 공부를 하다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자리 잡기가 어려워서 나는 옆쪽으로 돌아가 앉아서 정리해온 sheet을 보았다. 그리고 짐을 맡기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데, hard candy는 소지가 가능해서 들고 들어가서 집중이 안될 때마다 꺼내 먹었다. 

 - 들어간 이후에는 각자의 section에서 신분증 및 소지품/계산기 검사를 받게 되는데, 나는 그냥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길래 남의 section에서 기다리다가.. 안내를 받아 나의 section으로 돌아갔다.  

 - 오전/오후 시험 간 여유 시간이 꽤 되기 때문에 가져온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공부를 마저 하였다. 


2) 시험 내용 

 - 오전 시험은 (공부를 안한 나에게) 생각보다.. 평이했던 수준이었다. 다만 몇 가지 개념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떤 후기에서 보니 오전에 나온 내용이 오후에도 중복돼서 나올 수 있다고 해 점심시간에 check했고, 역시나 오후에 다시 나왔다. 무튼 오전에는 "잘 하면 붙을 수도 있겠다"는 자만을 하였으나, 오후는 나에게는 상당히 hell 난이도 였다. 특히 Fixed income의 문제를 거의 풀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계산 문제들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좌절하면서 나왔다... 


3) 총평

 - 준비를 많이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시험이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친다는 게 상당히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시험장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생각에 의외로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상하지만 뭔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3. 결과

1) 각 과목별 결과

 - CFA 시험은 각 과목별로 과락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시험 결과에 각 과목의 비중과 자신이 얼마만큼 득점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 결과를 보면 시험장에서 느꼈던 난이도 대로 대부분 결과가 나온 것 같았다. 공부를 아예 안한 Econ은 바닥을 거의 보였으나 AI는 다른 과목과의 연계성이 높아서 그런지 고득점을 하였다. 잘 본 과목은 Equity와 FRA, CF 인 것 같다. 


2) 나가며

 - 일단 시험을 합격한 사실도 기쁘지만, 많이 물리적인 어려움을 중간에 겪으면서도 일단 끝까지 공부해서 시험을 봤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에는 게으르긴 했지만 서도..

 - 그리고 공부하는 동안 많이 응원해준 배려해준 가족들과 직장동료들에게도 상당히 고마움을 느낀다.

 - 혹자는 이 시험이 성실함을 증명해주는 시험이라고도 표현을 하던데, 다음 레벨부터는 성실하게 기초를 잘 닦아서 운이 좋은 PASS가 아닌 자랑스러운 PASS를 하고 싶다.